‘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본적이 있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모를.. 서로 동화되어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이 되어 버리는 곳!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저 멀리 아득하니 나의 시야에서 어른거리기만 할뿐, 직접 가볼 수 없는 미지의 장소, 신기루 같은 신비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리사와 가케하시는 10살 학창시절 처음 만난다. 어설픈 말투와 활발하지 못한 성격으로 주눅이 들어 친구도 없었던 외로운 가케하시에게 친구가 되어준 아라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서로 우정을 쌓으며 지내다가 아라시의 이사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몇년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가케하시 외에 엄마벌 되는 연상의 여인들과 만남을 갖는 아라시를 이해할 수 없어 다시금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가케하시는 죽은 언니를 대신해 조카 나나코와 함께 일러스트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아라시의 연재소설에 삽화를 그려넣어 달라는 전화로, 소설가인 아라시의 추천 때문에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꿈을 이룬 아라시가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찡한 가케하시는 그 일을 하기로 하며 그들의 운명적인 세 번째 만남을 준비한다.
아라시의 소설 ‘도둑고양이와 유목민’은 책의 중간 중간에 자리잡아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좀 더 쉽고,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다가온다.
『아내의 배신으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사랑은 실망을 가져다줄 뿐이라며 홀로 쓸쓸히 쉬지 않고 움직이며 앞을 향해 걷는 유목민과 상대방이 갖고 있는 소중한 것을 빼앗아 상대가 슬퍼하는 모습을 만끽하며 사는 도둑고양이의 이야기로, 그들은 우연한 짧은 동거속에서 유목민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길을 위해 도둑고양이를 찾고, 빼앗는 것보다 베푸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깨닫게 된 도둑고양이는 유목민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아 다시금 재회하여 같이 길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도둑고양이와 유목민’ 소설처럼, 항상 마음 한켠이 구멍난 듯 쓸쓸함을 채우지 못한 아라시는 자신이 쓴 소설속의 유목민처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영원히 떠날 준비를 하고, 이를 직감한 가케하시는 매서운 바람을 뚫고 죽음의 문턱에서 아라시를 찾아 낸다.
아무리 ‘다정한 여자’라도 ‘엄마’가 되어줄 수 없으며,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사람이 본인 뿐이 아니라는걸 깨닫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 낸 아라시, 추상적이고 막연한 단어인 ‘사랑’을 아라시와 가케하시의 이야기를 통해, 유목민과 도둑고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알 것 같다.
책의 표지가 조금은 너무 어둡고, 묵직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 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함께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존재라는걸 다시금 깨달았으며, 함께 어울림속에는 ‘사랑’이라는 단단한 고리가 있어야 됨을 다시금 느끼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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