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스릴러물을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책은 유난히도 끌렸다. 이렇게 B. A. 패리스 라는 작가와 조우했다.
대충 어떤 내용인가 앞부분만 보려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들었는데 그렇게 한번 잡은 책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내 손에서 떠나지 못했다. 평상시 스릴러물은 뭔가 무섭거나 잔혹할 거라는 막연한 색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매우 평범한 소설처럼 편안하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확 끌리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하나하나씩 던져주는데, 나는 작가가 던져주는 먹이에 이미 조련당하고 있었다.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주인공인 앨리스와 한 몸이 되어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입주민들은 친절한 듯 앨리스에게 다가갔지만 항상 거리를 두었고, 대놓고 불편해하는 이도 있었다. 보안이 잘 되는 주민공동체인 만큼 단합이 잘 되었으나 반대로 폐쇄적이었기에 앨리스는 제대로 정착할 수 없었다.
더욱이 어찌해야 할지 모를 미스터리 같은 말을 하나씩 던져 주는데, 그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앨리스에게는 속 터놓고 이야기할 이웃이 없어 낯선 곳에서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함께 느끼며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은 극에 달해 사방팔방 주변인들 모두를 의심하며 그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진짜 범인을 마주하게 되는 앨리스
정말이지 더운 한 여름에 한기와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맛에 스릴러물을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무 평범한 어느 날 예고 없이 죽음의 덫에 빠진 앨리스.. 생각해 보니 선명한 복선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리 유난스럽지 않았기에, 특이사항이 없었기에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뿐이었다. 모두를 의심했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분석했지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이런 알싸한 뒤통수를 소설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니~ 부드러우면서도 생생한 상황 묘사를 따라가며 작가의 편안한 필력에 빨려 들지 않겠노라 발버둥 치며 나름 철두철미하게 상황 파악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결론은 작가 승리! 박수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가의 또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유난히도 덥고 습한 올여름! 도서 테라피스트 덕분에 신박한 여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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