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지은이 : 최선구
페이지 : 269
출판사 : 주류성
TV 대사였는지, 책의 한 대목이었는지 세월이 흘러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공항마다 각기 다른 냄새를 품고 있다.'라고 언급했던걸 기억한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여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바빴던 나는 그 문장에 공감하지 못했는데, 언제인가부터 박물관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박물관마다 풍기는 기운이, 그곳의 냄새가 달랐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그들의 속 사정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런데 이번에 도서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를 통해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그들이 하나의 전시를 위해, 하나의 유물을 위해, 하나의 공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하고, 상상하고, 공부하는지 놀라웠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항상 교과서 속 작은 이미지로만 만나왔던 신윤복의 미인도를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첫 나들이 전시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실물로 영접하니 왜 이 작품이 그토록 유명하고 대단한 작품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간 미인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오롯이 이해되었다. 역시, 이래서 직접 봐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열렸던 이 전시가 대구에서도 열린다기에 마침 대구에 있던 차에 친구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하며 다시 방문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때의 감동은 전혀 없었다. 미인도는 너무 멀리 있었고, 그마저도 유리관 안에 있어 반대편 벽면의 불빛 탓에 그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보인 '고려청자 상감운학문매병'을 천천히 360도 회전하는 회전판 위에 올려 전시를 해 두었는데 보는 순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글로만 읽던 비색(翡色)이 절정의 미를 이루는 가장 유려하고 깊이 있는 빛깔과 학이 구름 사이를 날아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제대로 감상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같은 작품(유물)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전시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흥미를 잃을 수도 있기에 큐레이터의 역할이 크다 할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기에 평상시엔 볼 수 없는 그들의 이 아이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알게 되어 매우 유익했다.
그리고 지은이의 뜻대로 더욱더 다양한 큐레이터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유물에 호기심이 생길 것이고, 박물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사람들의 것이 전시되어 있지만 현재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옛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는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분서주하는 큐레이터 분들에게 찬사의 박수를 아낌없이 전하고 싶다.
나도 몰래 확 까칠해진 나 (0) | 2022.05.23 |
---|---|
쇼호스트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 인문학 (0) | 2022.05.23 |
귀농귀촌에 경영의 옷을 입혀라 (0) | 2022.04.04 |
인생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0) | 2022.03.30 |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0) | 2022.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