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지은이 : 류근
페이지 : 293
출판사 : 해냄
한 줄 소개 :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상처적 체질'시인 류근 에세이
시인이 쓴 산문집은 어떨까? 시인의 감성을 더욱더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을까?
나는 여러 문학 장르 중 시를 쓰는 시인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이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 60분짜리 연설문은 쓰기 쉽지만 3분짜리 연설문을 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주저리주저리 길게 떠드는 것은 쉽지만 압축해서 세~네 문장으로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많은 이들을 설득시킨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짧은 몇 줄로 자신의 감성을 전달하고 그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게 하는 시인들은 언어의 마법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산문집을 발표했다. 제목은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이란다.
'함부로 ~하면 안 된다.'라는 관용어구가 떠오를 정도로 '함부로'라는 부사는 금지, 부정의 의미를 품고 있다. '사랑'이라는 명사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긍정의 언어로 모두가 바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가득 담고 있다. 다음으로 오는 '속아주는'.. 이 단어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속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고, 피해를 입는 것이기에 우리는 살면서 상대방에게 속지 않기 위해 매사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속아준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속이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상대의 꾐에 넘어가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연 아름다운 일일까? 매우 바보 같은 행동일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어는 '버릇'이다. 이미 몸에 익어 버린 행동...
크흠.. 참으로 오묘한 제목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언어들의 조합.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때로는 버려야 할 나쁜 버릇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절실히 필요한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도 하는 멋진 버릇! 바로 이 버릇이 류근 시인을 표현할 수 있는 압축적인 언어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매력적인 버릇을 갖고 있는 이의 산문집을 읽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표현이 '울음'이다. 남자의 눈물.. 쉽게 흘리지 말아야 하기에 더욱더 빛이 나고 쓸쓸한..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고귀한 눈물..
요즘처럼 먹고살기 팍팍할 때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보다 자기만의 공간으로 파고든다. 밖으로 나가 봤자 나가는 건 돈이요, 남는 것은 초라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왜 주변인들은 불황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건지.. 왜 유독 지인들의 자녀들은 승승장구하는 것인지.. 덕분에 더욱더 작아진 나는 나만의 작고 좁은 공간으로 파고들기 용이해지게 진화되어 간다.
그런데 유독 나만 세상이 힘든 게 아니라는걸..나와 같이 고독하고 힘든 사람은 많으며 그들도 서로를 위로하고 위안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을 지닌 시인이 말해주고 있어 '고독한'이라는 마음의 짐은 덜어버릴 수 있었다.
그래! 이런 사람 이 생애에서 한 번쯤 만났으면 됐다. 한 번쯤 눈 맞췄으면 됐다.
위로가 필요한 어느 날 나에게 눈 맞춤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어느 날이 오거든 이 책을 가까이하면 좋을 듯 싶다.
└▶ 이 책의 목차..
이번 달만 버텨봅시다. - 낭만과 생존 사이 (0) | 2018.09.20 |
---|---|
눈 밑의 개 - 작은 강아지 엄지의 가출 이야기 (0) | 2018.09.20 |
일본인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 일본 연구 시리즈 3편 (0) | 2018.07.10 |
사람과 사람들 (0) | 2018.06.19 |
뒤통수의 심리학 - 사기꾼으로 부터 피하는 방법. 피해자의 심리는? (0) | 2018.06.05 |